목회를 하다 보면, 문득 멈춰 서고 싶어질 때가 있다.
열심히 달려왔고, 맡겨진 일을 성실히 감당했지만,
어느 순간 ‘내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내가 정말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질문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그럴 때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다.
찰스 브라운의 『목회』.
이 짧은 제목은, 사실 내 마음속에서도 오랫동안 던져지고 있었던 질문이었다.
책을 읽으며 처음 마주한 감정은 ‘위로’였다.
그러나 그 위로는 부드러운 말로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말씀 앞에 나를 세워주는 ‘진짜 위로’였다.
그동안 사역자로서 너무 많은 역할과 책임을 짊어지고 살아왔다는 걸,
그리고 그 짐의 무게에 눌려 정작 하나님 앞에 서는 자리를 잊고 있었음을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책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그 담백함 속에 담긴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첫 장부터 경건의 삶을 다루며 시작하는 이 책은,
사역의 열매나 성장보다 더 먼저,
“하나님과 나 사이에 흐르고 있는 은혜는 충분한가?”를 묻는다.
그 질문은 지금 이 자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나에게
결코 피할 수 없는, 본질적인 물음이었다.
설교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마음이 먹먹해졌다.
강단에 서기 위해 준비하고, 기도하고, 고민한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자주
‘전해야 할 말씀’에 집중한 나머지, ‘들어야 할 말씀’을 놓쳐왔는가.
브라운은 설교자를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씀 앞에 먼저 무너진 사람이라 말한다.
그 문장이 칼처럼 가슴을 찔렀다.
말씀을 전하기 전에 먼저 울어본 적,
말씀이 나를 먼저 흔든 적,
그런 시간이 요즘은 얼마나 있었던가?
목사이지만, 설교를 하지만,
말씀 앞에서 진짜 ‘듣는 자’로 서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책 후반부에는 설교 계획, 심방, 성찬, 청년 사역 등
목회 현장의 실제적 주제들이 부록처럼 이어진다.
하지만 이 실용적인 부분조차 은혜 중심의 시선을 잃지 않는다.
심방 중 마주한 눈빛 속에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내가 얼마나 민감했는가를 묻게 된다.
『목회』를 덮고 나서,
나는 다시 ‘목사’라는 단어를 새롭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목사는 누구보다 먼저 은혜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며,
그 받은 은혜를 흘려보내는 통로라는 것.
내가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통해 일하실 수 있도록
내 삶을 비워드리는 것이 사역의 본질이라는 것.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리마인드가 되었다.
내가 왜 이 길을 걷기로 했는지,
그 부르심 앞에서 무엇을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도 여전히
하나님은 나에게 말씀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말이다.
목사로서 이 책을 읽고 나니,
많은 것을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더 기도하고 싶고, 더 말씀 앞에 무릎 꿇고 싶고,
사람들 앞보다 하나님 앞에 먼저 정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목회』
이 책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사역자의 가슴을 꿰뚫는 하나님의 물음이다.
그 질문 앞에 다시 서고 싶은 모든 동역자에게
조용히, 그러나 반드시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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