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진 제물 사이로 홀로 지나가신 십자가의 은혜
세상의 거대한 왕들을 이기고 돌아온 아브람이었지만,
그의 내면에는 여전히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자식이 없다는 깊은 절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창세기 15장은 그토록 연약하고 흔들리는 한 사람을 찾아오셔서,
당신의 생명을 건 언약으로 그의 믿음을 붙들어 주시는 하나님의 압도적인 은혜를 보여줍니다.
전쟁 후 두려워하는 아브람에게 하나님이 환상 중에 찾아오십니다.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
아브람은 세상 왕이 주는 전리품을 거절했지만, 하나님은 당신 자신이 친히 아브람의 절대적인 보호자가 되시고
영원한 상급이 되어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우리의 진정한 안전과 부요함은 세상의 통장 잔고나 권력에 있지 않고,
우리를 눈동자처럼 지키시는 하나님 그분 자신에게 있음을 가르쳐 주시는 참으로 따뜻한 위로의 말씀입니다.
하지만 아브람은 여전히 현실을 보며 불평합니다.
내게 씨를 주지 아니하셨으니 내 집에서 길린 자가 내 상속자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를 밖으로 이끌어 밤하늘의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고 하십니다.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캄캄한 현실 속에서, 아브람은 그 말씀을 믿었고
하나님은 이를 그의 의로 여기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 복음의 심장부입니다.
우리가 의롭다 함을 얻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훌륭함이나 종교적 열심 때문이 아닙니다.
오직 약속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빈손으로 받아들이는 그 얄팍한 믿음 하나를 보시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의롭다고 선언해 주시는 것입니다. 참된 은혜는 우리의 자격을 묻지 않습니다.
아브람이 내가 이 땅을 소유로 받을 것을 무엇으로 알리이까라며 증거를 구하자, 하나님은 고대 근동의 언약 예식을 명령하십니다. 짐승을 반으로 쪼개어 마주 대하여 놓고, 계약을 맺는 두 사람이 그 사이로 지나가는 끔찍하고 엄숙한 예식입니다.
누구든 약속을 어기면 이 쪼개진 짐승처럼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생명을 건 맹세입니다.
그런데 깊은 밤, 타는 횃불이 홀로 그 쪼개진 고기 사이로 지나갑니다.
아브람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오직 하나님을 상징하는 횃불만이 그 사이를 통과하셨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인간은 반드시 언약을 깨뜨리고 실패할 수밖에 없는 부패한 존재임을 아시기에,
언약을 어긴 저주와 형벌을 하나님 당신께서 홀로 다 짊어지시겠다는 위대한 십자가의 선포입니다.
우리는 자꾸만 나의 어떠함을 보며 절망합니다.
내 열심이 식어질 때면 구원의 확신마저 흔들리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구원은 내가 쪼개진 고기 사이를 얼마나 잘 걸어가느냐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나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온몸이 찢기시고 피 흘리심으로 언약의 저주를 홀로 감당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은혜에 매달려 있습니다. 오늘 이 십자가의 은혜만이 나의 유일한 자랑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브람이 뭇별을 보았던 밤, 그리고 횃불이 지나갔던 깊은 어둠은 우리 인생에도 찾아옵니다.
현실은 여전히 척박하고 기도의 응답은 아득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둠의 시간이야말로 하나님께서 당신의 생명을 건 약속을 우리 심령 깊은 곳에 새겨주시는 은혜의 때입니다.
두려움을 내려놓고, 나의 영원한 방패와 상급이 되시는 주님만을 잠잠히 바라봅시다.
성경이 말하는 믿음의 영웅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강철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두려워하고, 의심하고, 넘어지지만, 그때마다 다시 찾아와 덮어주시는 하나님의 압도적인 은혜에 붙들린 사람입니다.
우리를 위해 친히 쪼개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 안에서,
오늘 하루도 넉넉히 이기고 참된 안식을 누리시는 여러분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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